뱉어진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

이미 눈빛을 보냈다면
그것도 주워담을 수 없다

나쁜 자태 뿐만 아니라 어설픈 자태도
당사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도 돌이킬 수 없다



그래도 살아 있다면 기회는 있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절대 없을 기회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양력설이라고 하더라도 새해가 바뀌기 전에는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게 좋지 않을까
살아있는 우리들에게는, 절대없는가능성 같은 거라도 있으니까요

멋진 노래를 부른 Vic Chesnutt도,
일년 만에 벌써 또 잊혀지는 팔레스타인, 가자도,

또 모두가 다 아는 그런 사람들도
아무도 모르는 그런 개인적인 기억들도


안녕안녕안녕
Vic Chesnutt의 멋진 노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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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2009/12/20 01:20 from 공간/서울

안식년이나 재충전의 시간 같은 건
열렬히 달려온 사람들한테나 어울리는 말이긴 하다
나는 어딜 막 달려가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다

근데 요즘 진지하게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생활 패턴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잘 안된다

의지박약이면
세팅을 잘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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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해서
무슬림들은 모스크에 사진이나 성상을 두지 않는다
대신 글을 좋아하는 정서가 있어서 (아랍어와 관련된 꾸란의 절대성은 성경의 절대성과는 또 다른 절대적인 맛이 있다)
글씨가 치장이 된다
워낙 그림 같은 글자라 배우는 사람들에겐 쥐약이지만.

아, 그래도 아랍어에서 가장 쉬웠던 건 역시 그림 같은 글자 익히기였다
문법을 배우다보면
이게 사람이 쓰는 언어가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
무지하게 어려워서 토나온다




이건 아랍에미리트에 사는 Khalid Shahin 씨가 그린 <Caligraphy Abstract>이다

       




       








문자도나 그래피티도 좋아하는데
기회가 되면 문신으로 새길 문구를 생각하고 있다


이건 우리나라를 포함한 한자문화권의 문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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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 <소림명월도>


단원의 이 그림과 조우한 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라는 책에서였다
자분자분 강의식 말투라 이해도 공감도 잘되는 책이었고,
거의 끝부분에 이 그림이 나왔다

난 그닥 미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지만 이 그림을 보고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는데
가슴 한 구석이 쓰리는 아련함같은 통증 때문이었다
단어로 표현하자면, '쓸쓸함' 이다

그러고 나서 글을 읽었는데, 작가가 이렇게 썼다
'...시골 뒷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야산 풍경......그런데 왜 가슴이 저려오는 것일까? 마음 한편이 싸 하니 알 수 없는 고적감에 시리다...'

내가 느꼈던 것이 거기 그렇게 써 있다는 게,
나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미적감각은 있구나 하는게 놀라웠다
그리고나서 다시 그림을 봤는데
거짓말처럼 그 싸한 내음이 사라지고 그저 그림만이 덩그러니 있어서 또 놀랐다
그리고 그 후로도 아주 가끔, 제멋대로
그 쓸쓸함이 이 그림에 묻어나는 때가 있다
나처럼 둔한 사람들은 그런 것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by Aisha Al-Ms


이건 페이스북에서 Aisha Al-Ms 라는 사람의 앨범에서 퍼온 것이다
어딘지도 모르겠고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왜 이런 풍경이 있는건지 그 이유도 물론 모른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단원의 소림명월도가 떠올랐다

물론 구도가 좀 비슷하고
달 대신 주황색 해가 타오르고 있는 모양새도 비슷하긴 하지만

비슷한데 뭔가 다른 그 싸한 느낌 때문이었다
소림명월도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이 광경은 축축하고 비릿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단어로 표현하자면
마찬가지로 '쓸쓸함'이다

사는 건 어느정도 쓸쓸함이라 치자
운이 좋은 쪽에 있건 그렇지 않은 쪽에 있건 간에
우선은.









나는 현실이나 꿈이나 기억을 거의 못하지만,
아주 어려서부터 비슷한 테마의 비슷한 느낌의 꿈들을 반복해서 꾸고
몇 년 전에 꾼 꿈속의 어떤 건물, 어떤 시점의 장면을
그 몇 년 후에 갑자기, 문득, 정확하게 떠올려내곤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꿈들은 뭔가 메시지가 있는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내 평소 기질이나 능력을 그렇게까지 뛰어넘어 일관성을 가질 수는 없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

...
그런데 요즘에는 새로운 증상이 생겼다
바로 무서운 꿈이다
공포감이 촉감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꿈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 그 죽이는 자의 얼굴들, 도망가서 숨던 순간 울리던 핸드폰
이 모든 것들이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 정확히 기억날 정도다
난 현실세계에서 만난 사람 얼굴도 정확히 기억을 못하는데.
그리고 그런 날은 공포감으로 하루종일 심장이 뛴다

죽음에 대한 꿈이 반복될 때는 이유가 있는 거다









한겨울인데 철거를 강행하는 건 죽으라는 거겠지.
사대강 삽질이란 건 그저 사진 속의 풍경이 바뀌는 그런 것이 아닌게 분명한데.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는 사람이 죽는다.
티벳이나 앙골라에서도 죽는다고 들었다.

나는 때로 빚이 산더미 같아서 갖고 싶은 코트를 살 수 없는 게 고민이라는 사실이 행복하다는 게
발가락 끝에 있는 신경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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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는 맨정신에 뽕가게 하는 희안한 면이 있다

특히 Magical Mystery Tour(1967) 은 진실로 그 투어에 동행하게 만든다


   


Your Mother Should Know                                                     by The Beatles(1967)

Let's all get up and dance to a song
That was a hit before your mother was born.
Though she was born a long, long time ago
Your mother should know (Your mother should...)
Your mother should know (...know.)
Sing it again.
Let's all get up and dance to a song
That was a hit before your mother was born.
Though she was born a long, long time ago
Your mother should know (Your mother should...)
Your mother should know (...know.)
Lift up your hearts and sing me a song
That was a hit before your mother was born.
Though she was born a long, long time ago
Your mother should know (Your mother should...)
Your mother should know (Aaaah.)
Your mother should know (Your mother should...)
Your mother should know (Aaaah.)
Sing it again.
Da-da-da-da...
Though she was born a long, long time ago
Your mother should know (Your mother should...)
Your mother should know (Yeah.)
Your mother should know (Your mother should...)
Your mother should know (Yeah.)
Your mother should know (Your mother should...)
Your mother should know (Yeah.)



엄마는 알고 계실거야
엄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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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들 동선 (수정)

2009/12/15 10:39 from 동선

주변사람들이 주로
1. 아무것도 안하거나
2. 페이스북만 겨우겨우
3. 아니면 싸이

하지만 난 블로그를 시작했기 때문에
블로그만 취급한다
으하하하




<평화바닥>원년멤버이자 이라크 최장기체류자이며, 별 또는 길 또는 개 등등 여러가지 것들에 잘 중독이 되고, 골초 맥주쟁이이며, 회의나 이야기의 마무리 정리 전문가이자, 어린아이들과 아이들이 해주는 뽀뽀를 극 좋아하는 변태로리타이기도 한 무진씨(구 혜란)의 블로그 <621>   http://from621.tistory.com/

길바닥평화행동과 밴드<파라다이스 520>의 기타리스트 쏭님의 블로그 <눅눅한 파라다이스>  http://blog.jinbo.net/ssong

길바닥평화행동의 실세이자 고집센 스펙타클 청년 꼬미님의 블로그 <길바닥에서>  http://blog.jinbo.net/commie/

레스페스트의 안주인 한나씨의 블로그 <살금살금>  http://salgum.tistory.com/





두 달에 한번씩 업데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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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플레이부터 누르시죠 ♡

                                             <Revernge>           by Danger Mouse and Sparklehorse









영화를 봤다
모범시민


                                                       
모범시민 Law Abiding Citizen
                                                                                             감독 F. Gary Gray. 
                                                                                             Jamie Foxx, Gerard Butler, Colm Meaney







보는 사람의 감정이입

한 명이 죽고 두 명이 죽어도 '이제 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더, 더, 아니 아주 끝을 내버려

그리고 그 복수자가
눈 앞에서 아내와 어린 딸의 죽음을 본 희생자라면.
게다가 그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그들'보다 한발 앞서가며
감방 안에서도 모든 일을 다 뜻대로 조종하고 있다면.
약속한 시간만 지켰어도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들'이 그의 말을 어기고 하찮게 여기는 바람에 죽어나간다면.

충분한 동기와
해소감이 주는 희열과
명백히 탓할 곳이 있을 때의 정당성,
이라는 것들이 있다



                                                           그는 화도 내고 감정표현도 다 했다. 
                                                                              그래서 더 정당해 보였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복수를 한다는 것에는 찬성이다

가만히 있었는데, 당했다
고통
소중한 것을 잃은 슬픔...뒤따르는 미칠듯한 폭발감
그리고 억울함
당신들, 모두 지켜보고 있지 않았어?
일 더하기 일은 이가 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아?
당신들 말이 말도 안된다는 건 당신들도 알고 있지 않나?

아니면 그 멋진 말들에 위선적인 표정에
이미 녹아들어가서
자기최면 자기합리화 일심동체라도 된건가
아니면,
너희들은 처음부터 그런 종자였던걸까

억울함
그리고 가장 큰 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이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무력감과 분노다




하지만 또한 알고 있는 것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복수심은 복수를 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수심은 점점 커진다
공평하게 주고 받는 것 따위는 없다
둘을 죽여도, 셋을 죽여도, 서른을 죽여도
그때마다 같은 이유가 되풀이 된다
'애초에 시작했던 건 너희들이야'
그리고 그때마다 그 말은 매번
정당하다


그래서 피는 피로 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피가 피를 부른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디선가 어떻게든 멈추는 지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경우에는 그 지점을 잘 선택한 것 같다





P.S.

중요한 점은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인데,
이 때 피는 피로 씻어야 한다는 것을 들러리라든가 구색맞추기 라든가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용서란 건
그럴만한 상황일 때 하는 것이 용서다
그래서 오슬로 협정은
당사자들에게 숨통을 터 준면도 분명히 있지만 두고두고 치욕으로 남는 것이다
'살아남은' 할머니들이 있는 시대에
상대는 하지도 않은 사과를 미리 받아들인다거나 지극히 방어적이고 위선적인 교과서 개정을 들이민다거나 하는 것도 마찬가지.

용서란 건
그럴만한 상황일 때나 하는 거다

그리고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이건 '우리'가 가해자일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






지금 나오고 있는 노래 가사
(영화와 직접적인 관계는 전혀 없음)



Revenge                                                         by Danger Mouse and Sparklehorse(feat. The Flaming Lips)
                                                                         from <Dark Night of the Soul>



Pain
I guess it's a matter of sensation
But somehow you have a way of avoiding it all
In my mind
I have shot you and stabbed you through your heart
I just didn't understand
The ricochet is the second part

'Cause you can't hide what you intend
It glows in the dark
Once you've sought
The path of revenge
There's no way to stop
And the more I try to hurt you
The more it hurts me

Strange
It seems like a character mutation
Though I have all the means of bringing you fuckers down
I can't make myself
To destroy upon command
Somehow forgiveness lets the evil make the laws

No you can't hide what you intend
It glows in the dark
Once we've become the thing we dread
There's no way to stop
And the more I try to hurt you
The more it backfires

The more that it backfires
The more that it backf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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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마지막 토요일 12월 26일, 홍대 롤링홀에서

헤비메틀과 힙합 그리고 Painting이 조화된 심포니를 기대하세요.

Symphony가 아닙니다. Xymphony 입니다.

 

Heavy Metal : El Patron, Criminal Code, Mad at God, Won, Diablo

HipHop(Jiggy Fellaz) : Vasco, Joe Brown, Woo-Side

Live Painting & Videos(SUPACRQS) : Gufmott, Bigmoon, Makario, Jodae





+




같이 가실 분 모집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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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2009/12/09 03:31 from 아랍의 꽃저녁

바그다드는
이야기의 도시입니다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신비롭고 아련하고 빠져드는 이야기들이 넘쳐났지요

사람들은
허풍이 심하고 많이 웃어요







여기는 바그다드의 찻집입니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에요
저 차이라는 건,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펄펄 끓이면서 차이를 웅큼씩 집어넣고
그렇게 다 끓은 차이를 사분의 삼 설탕을 채운 이스티칸, 이라는 작은 찻잔에 넘치게 부어주는 겁니다
놀러가면 집에서도 나오고, 길거리에서는 리어까에서 팔고, 남자들만 갈 수 있는 다방같은 찻집도 있고,
또 저렇게 작은 점포식 찻집도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어딜가든 항상 차이를 마시게 되는 셈이죠
아니 차이와 사분의 삼 설탕을.













리어까에서 파는 물고기입니다
바그다드에는 디질래 강이 흘러요. 유프라테슨지 티그리슨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아랍어로 들으면 디질래처럼 들리는 강이죠
꽤 넓어요
짜잔한 파리의...무슨 강이더라...하여튼 그 강하곤 다르게
넓고 힘찬 강이에요
강변에는 커다란 물고기를 반으로 쩍 갈라서 소금만 치고 구워내는 물고기 요리집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아주 맛있어요
특히 기름이 자글자글 흐르는 내장 요리는 최고죠
이 물고기들은 아마 그 강에서 잡았나봐요
전쟁 직후에는 그 강에 시체가 둥둥 떠 다녔다는 사실같기도 하고 거짓말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아, 기억났다
한국에서 용감한 아저씨들이 한짐 장비들을 챙겨서 바그다드에 왔었죠
디질래 강에서 시체 건지는 일을 하겠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진 걸 보아, 일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었나봐요














이라크에 사는 친구, 살람아저씨라고 합니다
어느정도로 친하냐 하면,
인간관계에서 극도로 수줍음을 타는 제가 차마 이러저러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아저씨가 이라크에 있는 동안은 일절 연락을 안하는 걸 다 이해하는 사이죠
대신 살람 아저씨가 한국에 오면
나는 뛰어가서 안기곤 했는데...
말이 쉽지, 안경도 삐뚤어지고 아저씨 팔힘이 쎄서 안긴다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살람아저씨는 식구가 많아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막내가 여덟째인가...아흐마드라고, 이제 아마 걸어다닐겁니다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첫째인데, 도하라고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예쁘기까지 해요

살람아저씨 보고 싶은데
또 언제 한국에 오려나 모르겠어요

















아, 그리고
오늘 또
바그다드 근방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고 하네요
백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대요
이제 웬만한 숫자에는 별 감흥도 없잖아요
거진 한두 달만에 백 명인 것 같은데......



.......
근데
난 바그다드에 친구가 있어요
그 백 명 중 한 명이 내 친구일 수도 있어요
내 친구의 친구일 지도 모르죠
동네 이름을 확인해봤는데, 아마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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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좋다

모든 사람들한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고
이 세상 모든 관계는 일대일.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이야기들이 좋다

자꾸 담아두면 병이 된다고,
처음에는 회사 동료였다가 나중에는 친구가 된 한 지인이 말한 적이 있다
서로 별로 잘 알지도 못했던 초반에 들었던 얘기다
그래서 말을 헤프게 하라고, 그러면 혼자 가지고 있을 때는 크고 대단한 일이었던 것도
그렇게 헤프게 얘기할 만한, 별게 아닌 일이 된다고.


나는 얘기를 많이 안하는 편이어서
가끔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그게 '나'의 모습으로 비춰지기 보다는 독립된 에피소드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에피소드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텍스트에는 무릇 흐름이란 게 있어야 하는 법이다






+







이 날은 8월이다





몸이 좋지 않았지만
담배를 펴대고 술을 마시고 이태원에 가서 춤을 췄다
때로는 결정이 망설여질때
아니 망설여지지 않더라도, 다만 단호한 결의라던가 이미 결정된 것이 확실히 결정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결과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행동들을 하기 마련이다

이 날의 담배와 술과 춤은
나한테 일종의 그런 것이었다
내가 결정한 일이 꼭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행동은 아니지만,
내가 이런 것들을 했기 때문에, 결과가 내가 결정한대로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자신에 대해 준비하는 변명 같은 것이다







+







이야기의 시작은 훨씬 오래전이다
첫만남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후의 일들은
삼백가지의 일들이 삼백번의 우연에 의해 그 하나의 결과를 낳은 것일테니
하나하나 짚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재회.

재회는 문제였다


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가 날 다시 찾아냈을 때
난 홍대에 있는 지인의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그 지인은 짐을 싸들고 애인네 집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난 그 집에서 지인의 씨디를 듣고 지인의 책을 읽으면서 지냈다.

다신 만났을 때 우리는 각자 카메라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오토바이를 한 대씩 타고 있었고
각자 살 집도 있었지만,
난 그가 예전의 그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는 내가 예전의 나라는 걸 까먹은 상태였다

우린 의무감에 시달렸다
아니, 나는 의무감에 시달렸다


     

 

좋은 순간이 없었냐하면
당연히 있다
많이 있다

그의 방에 탑처럼 쌓여있던 옷가지들,
아직도 기억나는 그 음악들,
초코우유.






난 이미 de de lind를 구했고
crustation 은 이미 훨씬 전에 구해두었다








+










나쁜 일이 있었냐하면,
많이 있었다

우리가 만든 시베리아항공은
떠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았다
제대로 만들지도 못한 원동기단도,
열대도 마찬가지였다

난 의무감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들이 죽을만큼 싫었다
특히 그 대상이 그라면 더욱 그랬다








+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니다
그는 더이상 내 반경 삼백미터 안에 있지 않다

다만 그 상황이 낳았던 후유증이 가시질 않는다
여운, 이라고 하지, 좋게 말해서







+







새로운 것에 대한 두근거림이 있었다면
내 인생은 삼십년 전에 이미 꽃폈을 것이다
과거를 담아두고 있어서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겨울이라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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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트랜스는 아무래도
여행을 떠나는 음악이지 여행에서 돌아오는 쪽은 아니다
















예전 일했던 단체 사람들과 몇몇 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가 있다

무진씨가 팔레스타인 친구들에게 내 선물을 전해주기로 했는데,
정다운 지인이 또다른 정다운 지인들에게 나의 말을 대신 건네는, 이런 종류의 상황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
십년 전에는 누가 생각했을까

아주 개인적인 것들부터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결심했었다
처음에 출발선이 잘못이었어,
같은 곳을 간다고 하더라도 역시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게 맞는 거였다
그렇다고 다시 방관자가 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한번 알게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내 시간에 자취를 남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보다는
아메르와 요세프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라말라에 있는 술집 Zann 에서, 서울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증류주 세 잔에 취해서는
토를 하고 울고 웃고 노래하고 떠들고 싸움질을 했었다
항상 떠들썩했던 건 아니고, 보통은 너무 지루해서 당장 집에 가고 싶은 그런 적이 더 많았다
집에서 파티를 할 때면 그렇게 도망갈 수 있는 곳이 침실이었다
항상 한 쪽에는 파티가, 또 한 쪽에는 숨을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시급한 사안들' 이...언제부터 있었더라
이집트 제국? 로마? 우스만 투르크 제국?

그래서 여유를 가지고 당분간
안으로 침잠해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정당성을 얻었다
그런 게 필요하냐 하면, 요즘 나한테는 필요하다




사이트랜스.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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