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추웠던 일월에

나는 가방 하나 들고서 국제미아가 되었다

비가 내리고나서 오분이 지나면 온 거리가 강물이 되기 때문에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았다

길에서 사람들이 사라졌을 때는 마음이 놓였는데,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자 불안해졌다

여긴 중앙난방이란 게 없고, 그땐 뜨거운물주머니hot water bottle이 뭔지 몰랐던 때라

호스텔에 있었지만 길거리에서 자는 기분이었다

담요 밖으로 바람이 불 때 마다 가슴이 아렸다

 

어딘가에서 통하는 법칙은, 다른 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신호를 잘 볼 줄 모르는데다가 따를만한 본능적 촉각 같은 것도 없어서,

그냥 호스텔 거실에서 처음 본 할머니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는 하얀머리를 머슴아처럼 짧게 잘랐고

얼룩말 무늬의 스타킹을 신고서, 희망 따위 개나 주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 쫓겨났어요,

하고 내가 말하자

- 그들은 자기들 일을 하는 것 뿐이야, 일, 일, 직장, 매일 출근해서 퇴근하는 그거 말이야,

라고 할머니가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들의 일이 무언지도 제대로 모른채

내 머릿속에서 합리적인 것과 정다운 것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일을 하고 있었던 거고,

그래서 나는 쫓겨났던 거다

 

할머니는 압달리의 금요장터 수끄주무아, 가 설 때마다

인형을 한두마리씩 집어왔다

그 중 어떤 건 호텔에서 머무르는 다른 사람에게 아내 하라며 주고,

어떤 건 특별히 예뻐하며 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

너무 일찍 세상을 뜬 어린 영혼들이 아직도 장난질을 잊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한번은 카드가 없어지고, 한번은 전화기에서 중요한 사람의 번호가 지워지고,

또 한번은 애써 아껴둔 팔라펠 샌드위치가 없어졌다

굉장히 큰 샌드위치였기 때문에 어딘가에는 꼭 있을 것만 같아서

우리는 일주일 동안 찾아다녔다

 

마침내 할머니랑 같이 노는 나한테까지 영향이 와서

내 체크카드는 자발웨입데, 라는 동네의 드와르바리스, 라는 장소의 아랍뱅크 ATM에서만 현금을 뽑았다

하루 작정하고 그 지역을 다 돌며 ATM이란 ATM에는 전부 카드를 쑤셔봤지만

되는 데는 오직 거기 하나였다

관공서에는 복사기가 없어서 비자연장을 하는데 필수인 여권복사를 하려면

밖으로 나가 점포에서 돈을 내고 직접 해야한다

그리고 동전을 받는 그 점포에는 왠지 거스름돈이 없어서 근처 가게에서 초코우유를 사먹어야 했고,

돌아와보니 창구에 앉아있는 직원이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직원은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앞에서 커피를 타먹고 있었는데

그 자체가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어느샌가 날이 더워졌다

올해 날씨는 매 달마다 이상했는데, 사월도 마찬가지였다

지구 전체가 그렇다고 하는데, 한군데 살다보면 거기만 그런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상황이 나아졌냐 하면,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몇 번 대처 좀 해봤다고 해서, 이상한 게 안 이상한 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도를 그려주는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숨어있는 보물을 세 개쯤 찾아냈고, 단골집들이 생겼고

다시 예전처럼 어느 정도 구경꾼의 자태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왠지 밤이 되면 난 여전히 춥고, 겨울옷을 치운지가 오래됐는데도 담요는 치우지 않았고,

담요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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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감옥에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요르단과 얘기 끝에 북부 동네 이르빗 언저리에 감옥을 빌렸다

감옥이긴 하지만 중국은 항상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거의 도시를 하나 지었다

거기서 중국 수감자들은 일을 한다

메이드인요르단이 붙은 옷을 만든다

하지만 그 감옥은 요르단이 아니라 중국 꺼라 그 옷들은 중국으로 가고,

거기서 다시 미국으로 수출된다

일찍이 미국에 나가 정착하고 일한 요르단 사람들이 친척이라도 만나러 돌아오면

이상한 억양의 영어가 섞인 아랍어로,

뒤틀린자본주의(그러니까 그들이 하는말의 내용을 요약해서 제목을 붙이자면, 그게 뒤틀린자본주의, 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올려, 그냥 올려, 집 싹 한번 고쳐서 월세를 올려 받어!' 등등)를 쏟아 낸 다음에,

선물도 꺼내놓기 시작한다

대부분 옷들인데 메이드인요르단, 이라고 되어 있다

"

 

 

 

 

---------------------------------------------------- 2013. 4. 24일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 인에게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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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2013/04/09 12:58 from 공간/서울 아닌 곳


 

반경삼백미터, 라는 게 있다

곰한테 있어서 겨울잠을 자려고 고심해서 마련한 곰굴같은 데다

그 반경 밖에 있는 건 사실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없는 것들인데,

문제는 항상 국경이다

 

국경에 있는 것들, 낯선 사람들

 

들여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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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무드는, 이집트에 아내가 있어요, 라고 말했지만

실은 아내가 아니라 약혼자다

클리프 호스텔 거실에서

아무도 없을 때 내게 말해줬다

비밀이야 알리야, 라고 덧붙였다

내가 알리야라는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는 말을 아직 못했기 때문에

마흐무드는 나를 지금도 알리야,라고 부른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머리카락이 떨어져서 라이터로 태우려고 했다

나는 머리카락 타는 냄새를 좋아한다

안돼 그럼 두통이 생겨, 하고 마흐무드가 말했다

머리카락은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야, 두통 생겨.

오개월 동안의 두통은

아마도 머리카락을 태워서 그랬던 것 같다

 

 

- 내가 아는 타이랜드 여자애는, 어느날 술에 취해서 나한테 화를 내더라,

  왜 너네 나라 사람들은 타이, 라고 하면 다 청소부인줄 알고 가정부인줄 아냐며.

- 가정부가 어때서?

- 보통 타이나 필리핀에서 온 사람들이 그런 일을 많이 하거든.

  그 여자애는 공부하는 학생이니까.

  우선 타일랜드나 아시아 사람을 보면 가정부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니까 서운했나봐.

 

 

요르단 대학 앞에 있는 카페에 앉아, 요르단 지인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마흐무드를 생각하고 있었다

 

마흐무드는 이집트에서 요르단으로 일을 하러 왔다

마흐무드는 내가 그나마 간단한 단어조차 표준아랍어밖에 모른다는 걸 알고,

전에 한번은 리에쉬(왜)? 가 아니라 리마다(왜)? 하고 물어봤었다

리마다, 쪽이 표준어다

마흐무드는 나에게 와시크(더러운), 와 나띠프(깨끗한)을 설명해주기 위해

재떨이의 재를 자기 손에 뭍혀보인 적도 있다

아침 겸 점심으로는 버터가 스며있는, 싸고 부드러운, 커다란 빵만 먹는데,

차와 함께 먹으면 맛있고 오후까지 든든하다고 했다

약혼자와 전화통화를 하면, 아가씨가 그리움에 서럽게 운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는 남자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면서.

그럼 방에 혼자 있을 때는요, 하고 물어봤더니

혼자 있을 땐 울어, 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클리프 호스텔은 암만 발라드에 있는

싸고 깨끗하고 정다운 곳이다

클리프 호스텔이 깨끗한 이유는 마흐무드가 클리프 호텔의 청소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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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건너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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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allah Project extra / Saeed and Platon and I from GOM GOM LOVER on Vimeo.

 

 

GomGomLover's Short Films for Short Life

 

cut n shot by GomGomLover
music from Parov Stelar

 

thx to:

Kifah Fanni / Yousef Kara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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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권같은 소리하고 있네..

씨발 하마스는 테러리스트 이스라엘은 국가, 그거 하나로 다 된다.

이스라엘은 방어할 권리가 있댄다.
돌아가는 꼴이 다 그렇다.

미쳐서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게 들쑤시고,

죽이고,

목을 졸라놓고서,

무슬림형제단, 하마스만을 들먹이며 공격을 해댄다(그들이 좋다는 게 아니다!!!)

그러면 반작용으로 당연히 그들에게 힘이 쏠리겠지

하지만 그들은 이슬람주의자 혹은 테러리스트라고 분류되었으니,

이제부터 모든 저항은 이슬람주의자 혹은 테러리스트의 이미지로, 그 틀 안에서 해석되게 된다


그러면 그들을 공격하기도 더 쉬워지고,

명분도 더 쉽게 얻게 되고,

구도는 점점 더 서양/문명/방어 대 이슬람/미개/테러, 로 가게 되는 거다


아랍의 봄이랬지!!! 씨발!!
가자!!! 가자는 하도 오랫동안 이래와서, 이제 뉴스거리도 안되는 거지?!!

하마스가 문제가 아니다. 하마스를 문제로 만드는 그게 문제인거다

방어권같은 소리하고 있네 아 씨발 돌아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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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 Jordan>  by GomGomLover 2012

 

 

 

first draft


 

 

 

 

 

 

 

  

Oh Jordan

 

what’s wrong with you, what’s wrong with you

 

The magic carpet riding

on the streets running with full of puppets.

The driver was sitting

As if he was sitting on a real ancient carpet.

Goes anywhere,

and goes anywhere.

 

What’s wrong with you, what’s wrong with you

 

With too many doors into the only one room

I am lost also with my will toward the tomb.

Oh Jordan

 

The ancient city is lying

in the center of new one lying, oh what a city of stories.

I didn’t know I was the guard, or those three magic words

that can open the glories.

Devours anything,

and devours anything.

 

In your eyes that look like my lover’s

I see the trace of old regret’s daughters.

 

Oh Jordan

 

요르단 님께

 

대체 그러는 거니

 

한손은 전화받고 한손은 코를 파고 팔꿈치로 운전하면서

발은 의자 위에 꼬고 앉았니

그리고 말하는 데에 데려다주렴

아무 데다 내려놓지 말고

 

대체 그러는 건데

 

어차피 그리로 갈거면서 말이 그리 많은지

때문에 길도 잃고, 짜증나서 우울증도 사라졌어요

 

고대 유적지도 많더구만

자랑할 때는 언제고 주스 한잔에 디나르를 내라하네

내가 보물창고 열쇠로구나

그래 불러라 불러, 부르는대로 주마

 

생긴 키파랑 비슷한데

어째 그리 되었니, 환경이 달라서 그런가

 

요르단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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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GomLover

's

Short Films for Short Life

 

Ramallah Project 01

"People for Makluube"

 

Ramallah Project 01 / People for Makluube from GOM GOM LOVER on Vimeo.

  

 

cut n shot by GomGomLover
music selected by Alaa Zubaide/GomGomLover

thx to:
Aliya/ Kifah Fanni/ Marilena/ Abu Gosh/ Alaa Abu Saa/ Alaa Zubaide/ Kaat/ 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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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인들은 서로 초대하고 초대받고, 그런다

초대한 쪽이 음식을 준비하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마실 술을 넉넉하게 사들고 간다

이 날, 키파랑 나는 바닥을 물청소하고, 때가 마치 니스 발라놓은 것처럼 껴있는 낡은 식탁을 닦고,

저쪽방 거미줄을 걷어내고 내 물건들을 옮겼다

 

 

 


draft 20120926 good old moments from GOM GOM LOVER on Vimeo.

 

개인적인 겹치면 난 편집을 못한다

도대체 잘라낼 수가 없다

그래서 최종본은 아니지만 우선 보관해두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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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거기 있으면 나를 위해 그 장소의 모든걸 버리는 타입이다

 그래서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나는 팔레스타인에 있었다

우는 엄마들의 고향에서 옛 지인을 만났다

우리는 바라만 보면서 몇 년을 보냈다

그래서 아마 그동안

잘못된 단어들이 쌓여갔던 것 같다

 

방 구석에서 담배잎 꾸러미를 찾았다

술만 마신지 세 시간 쯤 되었을 때였다

혼자인 새끼고양이는

충분히 쓰다듬어주기 전까지는 혼자 놀기를 싫어했다

시간을 들여 만져주면

조용히 톡 톡 튀어가서, 일하고 있는 컴퓨터 선을 뽑곤 했다

 

나는 외로움에 지친 고양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려고 했었다

- 엄마가 화장실에 있을 때는 놀러오는 거 아니야

- 올라타는 걸 좋아하는 거 알지만 맨다리에는 올라타는 거 아니야

- 침대방에 들어오면 안돼, 하고 말할 땐 들어오는 거 아니야

고양이는 너무 외로워서 아무리 쫓아내도

지치지 않고 방으로 들어오려 했다

고양이가 한국말을 알아듣기 시작한 건, 내가 하악질을 하고나서부터였다

 

우리는 길 위에 있었다

그가 손을 잡으려 했을 때 나는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모든 안돼, 라는 단어는 도전적으로 들렸다

엄마, 미안해

 

미안했다

 

단 게 냉장고에 쌓여있는데도

소화할 수 있는 건 술 뿐이다

숨어있는 단어들을 찾아내려면 먼저 호랑이와 수줍은 소녀와 우울증 환자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말들이 전부 뒤틀려 있었다

알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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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식탁에 모여서 아락이랑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중 아무도 취하지 않았는데,
그 중 한 명이 '음, 그렇지, 바나나를 빵에 넣어서 샌드위치로 먹으면 좋지.'
하고 말했다
......바나나 샌드위치.
그랬더니 그 옆에서 또 다른 한명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그렇지 바나나를 빵에 넣어먹으면 맛있지'
라고 대답했다

우리 외삼촌 아부고쉬는 포도를 좋아해서
심지어 빵을 먹을 때도 포도 한입 빵 한입 먹는다고 했었는데,
...
내가 그걸 가지고 '삼촌은 포도를 빵에 넣어서 포도 샌드위치를 만들어먹는대!'
라고 놀리면,
외삼촌 아부고쉬는 '빵 안이 아니라 빵과 함께!'
라고 강조하셨다

그러니까 중요한 점은,
오렌지랑 바나나랑 무화과는 빵 속에 넣어서 먹는 거고
수박이랑 포도는 빵이랑 같이 먹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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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디쿰

(written by Palestinian poet Tawfiq Zayyad
/composed and sung by Lebanese singer Ahmad Kaabour)

  

 

-그대들을 향해 외친다
그대들의 손을 잡고
그대 발 밑의 땅에 입을 맞추네
그리고 말하니, 그대들을 위해 나를 버리리

그대들에게 내 눈의 빛을 드린다
내 심장의 온기를 건넨다
내가 살고 있는 비극은
바로 그대들의 비극 안의 내 몫

-

나는 내 땅에서 쓰러지지 않는다
어깨를 움츠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억압하는 자의 얼굴 앞에 일어서니
벌거벗은 맨발의 고아로

-

내 손에 내 피를 쥐고
결코 내 깃발을 내리지 않으니
그리고 나는 푸르게 지킨다
내 조상들의 무덤위의 풀을

 
 
أناديكم اشد على اياديكم
وابوس الارض تحت نعالكم
واقول افديكم

واهديكم ضيا عيني

ودفء القلب اعطيكم
فمأساتي التي أحيا نصيبي من مآسيكم

انا ما هنت في وطني
ولا صغرت اكتافي
وقفت في وجه ظلامي
يتيماً عارياً حافي

حملت دمي على كفي
وما نكست اعلامي
وصنت العشب الأخضر
فوق قبور اسلاف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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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 작곡, 기타, 노래: 곰
녹음한 곳: 광대네 집
녹음 장비: 광대 친구분 꺼
녹음 총 지휘: 광대


중간에 긴장을 해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녹음하다 긴장을 하다니
곰은 타고난 가수인듯.








<살 집이 생겨서 이제는 너무 좋아>       by 곰


살 집이 생겨서 이제는 너무 좋아
쉴 곳이 생겨서 이제는 너무 좋아
애인이 생겨서 이제는 너무 좋아
할 말이 생겨서 이제는 너무 좋아

하~

너네들 여기서 뭐하니 집에 가라
얼른
너네들 여기서 뭐하니 집에 가라
얼른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

하~







이것은 곰과 함께 신정네거리 개떡같은 옥탑방에서 살 때, 곰이 만든 노래
그 옥탑방은 한번도 제대로 집같이 느껴지지가 않았고
겨울에 보일러가 얼어서 바닥을 다 들어내고
우울하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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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노래

2012/07/31 11:03 from 놀기







<무화과>                                       by 광대 

말을해본적 있니 니가 하고싶던말을
찾아본적있니 니가 알고싶던것을
웃어본적있니 니가 바꾸어놓은것에
울어본적있니 니가 바꾸지못한것에

말하지 못한말
찾을수없던 사실
바꾸어서 기뻐하고
바꾸지못해 슬퍼하고

나는 열매맺는 무화과 나무랍니다
나는 잠을 자는 겨울곰 이랍니다
나는 말이없이 흘러가는 강이랍니다
나는 강에사는 물고기 이랍니다

열매 맺지 못한 나무
잠을자지않는 곰
흘러가지 않는강
물고기가 없는 강

말을하고 바꿔보고 웃어보고
열매맺고 잠을자고 흘러가고
살던대로 편하게 살아보고
거침없이 유순하게 지내보고 하하하

나는 말을하는 연설가 이랍니다
나는 소리를 내는 스피커 이랍니다
나는 하늘을 나는 까투리 이랍니다
나는 돈을 버는 직업인 이랍니다

할말이없는 연설가
소리가나지않는 스피커
날지못하는 하늘새
돈이 없는 직업인

나는 파리를먹는 개구리이랍니다
나는 틈이없는 돌담길 이랍니다
나는 염치없는 아저씨이랍니다
나는 피어나는 민들레이랍니다

뛰지 못하는 개구리
무너지는 돌담길
무대뽀 아저씨
튀겨먹은 민들레 라라라

소리치고 주먹치고 발로쳐도
안들리고 안보이고 안느끼고
버팅키고 시간은 흘러가고
맘에없는 말들도 여전히

말을해본적 있니 니가 하고싶던말을
찾아본적있니 니가 알고싶던것을

웃어본적있니 니가 바꾸어놓은것에
울어본적있니 니가 바꾸지못한것에

말하지 못한말
찾을수없던 사실
바꾸어서 기뻐하고
바꾸지못해 슬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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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자가 정말로 인식에서 욕망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니다. 아니 매우 불행한 일이다. 정말로(!) 그랬다면 그들은 결코 새로운 인식의 창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성은 진리라는 아이를 가질 수도, 갖게 할 수도 없다. ......욕망을 몰아내고 객관적 사실과 가치중립을 내세우는 학자들의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임증'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인을 그 누구와도 혼동하지 않는다.>

 

+

 

<차라투스트라가 말을 이었다. 그들은 중력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는다. 강한 중력 때문에 그들의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중력의 영'이라 불리는 난쟁이가 자기 귓속에, 그리고 자기의 뇌 속에 무거운 납덩이를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중력의 영'으로 불리는 난쟁이가 당신의 귓속에, 그리고 뇌 속에 무거운 납덩이를 떨어뜨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차라투스트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그 의미에 대해 말해주었다.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하면 난쟁이는 그것이 예전에 이미 시도되었던 낡은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예전에 해봤는데 아무 소용없어!', '너 그러다 큰일 난다. 세상 물정을 통 모르는 녀석이군!' 뭐 그런식이다. 지혜와 관심을 가장한 난쟁이의 말들은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납덩어리이다. '중력의 영'은 경험, 관습, 도덕, 법률, 법칙 등 다양한 것들 속에 기거하면서 내 자유로운 비상을 가로막았다.

......

'유일신이 왜 그리 위대해졌는지 아는가?' 엉뚱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신이야 원래 위대한 자 아닌가? 그러나 뜻밖의 답이 나왔다. '그건 인간들이 왜소해졌기 때문이다.'>

 

+

 

<그런데 차라투스트라는 이 무리도 잘 보면 진짜와 가짜가 있다고 일러준다. 세상일에 냉소적이고 '세계에 싫증난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진자 '세계에 싫증이 난 병자'나 '기력을 잃어버린 자'가 아니라 '간교한 게으름뱅이'거나 '훔쳐먹기를 즐기는 쾌락의 고양이'들이다('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에 대하여'. 쾌락의 고양이라고? 그건 학자들에게 던졌던 욕이 아니던가. 그렇지. 차라투스트라가 답한다. 그놈들은 세상에 대해 뭔가를 아는 척 뻐기며 세상을 욕하는 데 바쁘지. 그놈들 눈에는 이놈도 틀렸고, 저놈도 틀렸지. 언젠가 세상을 떠나는 배가 한 척 있었는데, 그놈들 중 어떤 놈도 타려하지 않아. 그런데도 세상 욕은 끔찍이도 하더군. 세상에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작 세상을 등지진 않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

이들 입이 삐죽 나온 건 엄밀히 말해 세상 살기 싫다는 게 아니다. 그건 무언가 욕망하는 게 있는데 얻지 못했다는 것이지. 이들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야. 차라투스트라에게 물었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나서서 회초리로 때려야 한다. 회초리로 때려서 이들 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못된 고양이들에게는 회초리를!>

 

+

 

<차라투스트라는 단호했다. "중력의 영은 불구대천의 적이다. 나는 그것이 창조한 모든 것, 이를테면 강제, 율법, 필요와 귀결, 목적과 의지, 선과 악을 뛰어 넘고자 한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을 이해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자들도 제도와 법, 관습과 도덕이 그어 놓은 선을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 조금 벗어났다가도 그들은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처럼 다시 돌아왔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마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었다. 모두가 몸을 사렸다.

......

차라투스트라는 날개가 생겨난 이들에게 기대를 건다. 물론 날개가 있다고 해서 발로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보다 더 빨리 달리는 타조가 날 수 없는 이유는 그 머리를 여전히 무거운 대지 속에 처박기 때문이다"('중력의 영에 대하여'). 분명히 우리 주변에도 시대의 중력장에서 탈주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이들이 있다. 심지어 탈주가 초래할 위험성을 감수할 결심이 선 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기 시대 자기 삶에 대한 거부만으로는 결코 날 수가 없다. 부정과 거부는 여전히 무거운 자들의 정신이다. 중력의 영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중력의 영이 던진 그물에 걸리면 부정과 거부는 금세 반동이나 허무로 돌면할 수 있다.

무공을 잘못 익히면 몸을 망친다. 특히 이제 날개가 돋기 시작한 어린 새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정을 통해 도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변증법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약은 긍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다"('중력의 영에 대하여').>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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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기도

2012/07/10 05:46 from 크리스찬곰

 

 

 

<하늘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기도문은 참 좋다

 

+

 

기도는 심리치료와도 비슷하다

질문이 잘못되면

대답도 잘못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행복하게 해주세요>

이건 지향성이 틀렸다

혹시 풀어헤쳐진 감정을 행복이라고 부른다면

약물에 중독됐을 때도 최고의 편안함, 혹은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나는 뇌의 마비상태를 원하는 게 아니다

 

<사랑받게 해주세요>

나는 막연하고 큰 사랑의 기운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것도 좋지 않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문제인 게 아니라,

그들의 사랑을 내가 못받아들이는 게 문제다

 

- 어렸을 때 아버지가 때렸나요?

폭식증을 치료할 때 의사가 처음 물어본 거였다

- 우리 아빠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최대한 자제력을 잃지 않으면서 앞뒤로 '소새끼야' '말새끼야'는 속으로 삼켰는데도

용케 어찌어찌 그걸 알아챈 의사는

내 폭식증은 분노, 에서 기인하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그 분노는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질문을 품게 됐다

 

<분노를 없애주세요>

하지만 내게 유일한 감정이 분노이고

뭐 딱히 그것마저 잃게 되는 게 두려운 건 아니지만

나는 분노의 감정을 없애고 싶다기보다는

그걸 유발하는, 뭔가 억압된 혹은 내재된, 그걸 찾고 싶은 거다

 

 

- 괜찮아, 기도는 그냥 막 해도 돼

완벽주의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망아지, 송아지.

기도는 막해도 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적당히 막해야지

백화점 지하식당가에 가서 모란시장 등지에서 파는 발바리 바둑이를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

 

<틀을 잡게 해주세요>

내 몸과 마음은,

때로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때로는 너무 미세해서 나도 모르게,

경계가 흐트러져 있다

내가 배운 건 조각법인데, 내게 주어진 재료는 액체인 것과 비슷하다

<틀을 잡게 해주세요>

시간관념, 돈관념, 성별 구분, 나이 구분, 규정과 정의, 적절한 어휘사용, 옳고그름의 기준,

아니 그 전에 옳고 그름이 있다는 사실..

<틀을 잡게 해주세요>

내 몸은 하나의 커다란 구형을 지향하는데(샹!!)

원인 모를 폭식증과 그걸 유발했다는, 역시 원인 모를 분노는

바로 스스로 구형이 되려는 내 몸의 경계허물기 작업인 것 같을 때가 있다(샹!!)

 

<주님의 손으로 제 눈을 가리고 제 귀를 막아주세요>

나는 수줍어서 시야를 좁혔다

내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그랬더니 봐야하는 게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것들은 왜곡됐다

<주님의 손으로 제 눈을 가리고 제 귀를 막아주세요>

내가 신경쓰는 것들

무수한 소리들, 의견들, 눈초리들, 속삭임들,

그것에 신경쓰는 정도가 아니라

그에 의해 나, 라는 정체성이 형성되고 굳어진다

나는 공감을 못하는 거지, 신경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주님의 손으로 제 눈을 가리고 제 귀를 막아주세요>

잘은 모르겠지만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들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균형을 이룰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어제 하나 뿐인 녹색 구두를 놓친 것만큼

중요한 게 아닐까

 

<고맙습니다>

아빠 엄마 오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없는 우리 봄이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받고 태어난 이 모든 안락함과 넘침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인식이 나를 괴롭히더라도, 그 인식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상식을 유지하는 것도

항상 깨어있는 상태여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맙습니다>

내가 타인의 이십대에서 부러워하는 건, 피부탄력 밖에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십대의 열정과 무모함을 참아내지 못할 정도로

나이와 함께 비록 성숙해가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과거에 미련을 두고 오진 않았다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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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대개 아련하게 떠오른다고 하는데(나도 그렇다)

어떤 일을 현재, 지금 여기에서 겪으면서도 아련한,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일들은 추억이 되면

가슴을 저민다

 

과거의 관성과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버린 후

나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선과 악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지만,

단순한 물리법칙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그 당연한 사실은

꼭꼭 감추어져 보이지 않았었다

너무 낯설어서

나는 심지어 놀라지도 않았다

 

초겨울 목이면 겨울냄새가 났었다

술이 깰 즈음 새벽에도

새벽냄새가 났고

비가 오려고 할 때는 젖은 시멘트 냄새가 났다

지금은 가을에도, 새벽에도, 비가 올 때도

그저 춥다

 

다시 또 여름이 왔고, 내가 올해 하려던 일들은 실은

지난 여름이든가 아니면 그 전 해 여름에 하려던 것이었다

그렇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면 얼굴이 달라져 있다

남아있는 기억은 없지만

몸은 손끝에 붙은 자취까지도 떨어져나가질 않는다

그리고 어떤 노래들은 확실히,

그리고 정확히,

그 시절을 불러온다

  

 

 

 

나의 두려움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나온 것이다

내 분노도 가슴이 아니라 몸에서 나왔다

그래서 그걸 참으려면 몸의 떨림이 멈출 때까지 울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건

리튬을 내 마음대로 끊은 것에 대한

단순한 화학적 반응이라고 한다

 

 

 

 

 

+

 

 

 

 

 

I'm dreaming about the day when I can see you there...my side

by my side

...

 

I stop to say hello

'cause I think you should know, b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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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제대로 만질 수가 없어서(알러지 있음)

아고라 반동방에서 애들을 보는 게 일종의 낙인데(간혹 개념없는 댓글을 보고 화내는 것도 일종의 낙)

유봉이, 라고

진실로 호수같은 눈을 가진 고양이가 있다

뒤따라 들어온 애가 앙즈, 라는 소녀인데

성격이 장난 아니다

 

 

 

 

유봉이님과 앙즈님의 초상권은 모두 두분 집사님께 있으며

이것저것 더 보고 싶을 때는 http://agora.media.daum.net/my/list?key=mJq6dVp.eNs0&group_id=2 여기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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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Dong-Ju(or Yun, Dong-Ju)   <Prologue>

"Let me have no shame
Under the heaven
Till I die
Even the sound of wind
passing the leaves
Pained my heart.
With a heart singing stars.
I will love all dying things.
... And I must step my path
That's been given to me.

Tonight also
The wind sweeps past among the stars."

(translation by The Korea Times, 2009)

윤동주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해방 6개월 전에 일본 감옥에서 세상을 떠난 윤동주 시인

작곡가 윤형주의 아버지는 그 조카의 유해를 가지고 한국으로 온다

그리고 "시도 노래다. 시 그 자체도 노래다. 작곡으로 시를 건드리지 말거라" 라고 윤형주에게 말했다고 한다.

 

 

 

+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세대에 이르자 폴 발레리는 1893년 시르크 데테 원형건물에서 개최된 라무뢰 연주회에 대하여 언급한 다음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홀의 맨 뒷자석에는 벽을 이루며 늘어서 있는 입석 손님들의 그늘 속에 한 기이한 감상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는 바로 각별한 호의를 입어 시르크 회관에 입장하곤 하는 스테판 말라르메였다. 그는 베토벤이나 바그너의 마력에 매혹되긴 하지만 동시에 고차원적인 라이벌 의식에서 오는 저 순결한 고통을 맛보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항변하고 잇었다. 그는 또한 위대한 언어예술가로서 저 음의 신들이 그들 나름대로 내뿜으로 퍼뜨리는 바를 판독하는 것이었다. 말라르메는 어떤 숭고한 질투심에 가득 차서 연주회장을 나섰다. 그는 너무나 강력한 음악이 그에게서 훔쳐간 신비스럽고도 중요한 그 무엇을 우리의 예술을 위하여 다시 찾아올 방법이 없을지 절망적으로 모색했다. 시인들은 그와 더불어 눈이 부시고 풀이 죽어가지고 시르크 회관을 나서는 것이었다.

 이 마지막 문장은 시인들, 눈부심, 풀죽음(눈부심이란 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먼다는 뜻)이라는 세 마디 말이 지닌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시인들이라면 필시 그럴 것이다......음악은 시에 너무 가까워서 시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다. 그 점이 바로 멜로디로 옮겨놓으면 불협화음으로 변해버리는 시의 위험이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내 시와 나란히 음악을 갖다놓는 것을 금지한다!"  ......

음악이란 것이 과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

 

 

 

오, 그래야 하는 군, 하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대로 깊이 깊이 공감하는 거다

마르셀 칼리페 Marcel Khalife는 시인 다르위시 Mahmoud Darwish의 시로 노래를 만들었고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 음악들은 아름답다

온 삶과 음악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했던 마르셀 칼리페와

나는 느낄 수 없지만, 아름다운 아랍어의 운율을 현대적으로 끌어와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마흐무드 다르위시와

그들이 서로 바라보며 그 시와 음악을 사람들을 향해 뿜어내는 건

그 자체가 아름답고도 의미있는 예술이었다

 

나는 어어부프로젝프밴드를 몹시 좋아하는데

백현진의 '시'도 그의 음악과 함께 하나가 된다

그 음들이 아니면, 도무지 그 말들이 살아나지가 않는다

 

 

+

 

 

나는 해독이 안되는 세상을 분석하려 애쓰기 보다는

나 좋을 대로 쪼개고 재배열해서 멋대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문제 상황이 생겼지만 도무지 적절하게 대처할 수가 없을 때면

그 문제가 아예 없었던 척을 한다

그 짓거리를 하다가 쌓여서 마음의 병을 키우긴 했지만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꽤 효율적인 방법이다

 

최근에 본 시리아 연극 <카메라를 봐주시겠습니까>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나도 카메라 앞에서 솔직한 척, 드러낼 수 있는 범위가 있고(이것만으로도 꽤나 솔직하게 들춰낸 건 맞다)

카메라를 꺼주시겠어요, 한 다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테면

내가 이스라엘 트랜스라고도 불리는 싸이트랜스, 그중에서도 이스라엘 디제이들을 몹시 좋아한다는 건 전자에 해당하고,

...

메탈리카가 텔아비브에서 공연을 했으며, 나는 침묵을 했고, 그 2009년을 내 인생에서 통째로 들어냈다는 사실은

후자에 해당한다

 

효율적으로 뭔가를 하려면

일반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을 치울 때도 마찬가지다

서재에 있는 책상 오른쪽 두번째 서랍에는 내가 수집하는 지포라이터 부수물들이 들어 있는데

정리한 지가 오래돼서 껍데기랑, 손보지 않은 라이터 몇 개랑, 라이터 돌이랑 심지가 엉켜있어서

그것만 정리하는 데도 하루는 걸릴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절대 방을 치울 수가 없다

방을 치울 때도 디테일은 과감하게 무시하는 일반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음악과 시와 이야기(삶이라고도 한다)에 대해 헷갈리는 상태를 내버려두는 게 나을 것 같다

내 친구들이 독일에 있는데

나는 소심하게 혼자 루프트한자 항공 보이콧에 참여 중이고

가장 싸고 편하게 독일에 갈 방법이 없어졌다

 

최근에 아픈 아기를 위해 결혼 신고를 하게 되는

어떤 비혼자 아가씨와 청년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사람이 시스템에 대항하는 게 어려운 건

폭력도 폭력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가능성(좀 더 편하거나 쉽거나...혹은 목숨을 구하거나 하여튼)을 눈 앞에 두고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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