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갔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몹시도 적막했습니다
적막했으나 나는 술을 끊었고
이제 곧 담배도 끊을 예정입니다
술과 담배를 끊으면 술집이나 클럽에 갈 일이 없을테고
그럼 그건 내가 살던 것의 삼분의 일은 바뀐다는 얘깁니다
뭐든 끓는 물에 넣고 데치기만 했던 데서
끓는 물에 고추장을 풀고 조리는 것을 터득했고
아침저녁으로 고무장갑없이 설거지를 하면 손에 습진이 생긴다는 것도 알았고
방바닥은 이틀에 한번 꼴로 닦지 않으면 어디선가 먼지가 스며들어온다는 사실도 알게됐습니다
엄마는 예전보다 삼백배는 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는데
난 그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엄마가 사주는 신발과 옷을 군말없이 신고 입기로 결심했습니다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두근두근해져서 무엇을 하고싶은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나는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가고 싶은 걸까요
함께 차를 마시며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결혼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요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만 그는 순식간에 다시 낯선 사람이 되었습니다
날씨가 추운날에는 감기에 걸렸습니다
약도 주사도 전혀 듣지를 않아서
기침을 하다가 길 위에서 토를 쏟았습니다
밤에는 돌덩어리 밑에서 웅크리고 잤는데
생각보다 춥진 않았지만 감기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지쳐도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감사합니다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나는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았습니다
계속 걸었던 기억밖에 안납니다
이제 작은 충격이나 자극에는 별로 반응도 잘 안하게 됩니다
너무 어렸을 때 준비되었던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걷는 게 좋습니다
아직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몸은 집으로 왔네요
집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