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팬 방을 육달러나 받으면서 침대에는 개미가 우글거리는 멍청한 호텔을 버리고,
강변 레스토랑이 붙어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숙소를 옮겼다
산에서는 나무가 흘러내리고, 하늘에서는 구름이 흘러내리고, 우기라 누런 쏨강까지,
완전 천국이다
어제는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스테이크를 먹으러 돌아다녔다
길가에선 털을 다 뽑은 쥐를 닭과 함께 팔고 있었다
강변 레스토랑에서 준 스테이크는 소고기 볶음과도 비슷했다. 프랑스 식은 이 모양인걸까
비어 라오를 가지러, 밥을 달라고 말하러, 이 강이 메콩강인지를 물어보러
주방까지 왔다갔다하던 그는 언젠가부터 소식이 없었다
나는 절대 메콩강이 아니라고 했고,
메콩강이라고 주장하던 그는 붕가붕가를 내기로 걸었다
돌아온 그는 함박웃음을 띄고 있었다
"메뉴에 있던 해피쉐이크 봤어? 이상하게 비싸잖아. 물어보니 간자를 막 넣은거래."
아, 또.
"아저씨 입고 있던 티셔츠 봤어? 비어 라오라고 써있는 줄 알았지? 수퍼 마오라고 써 있고 뭐 피우는 그림이 있다구."
그는 레스토랑에서 버젓이 메뉴에 그런 걸 올려놓은 게 재미있지 않냐고 했다.
아마도 방콕에서 그랬다면 나도 신기했을 것 같다
하지만 왕위앙에서는 삼십달러짜리 십오일 비자를 가지고서 십오년을 눌러 앉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듯 하다
"나한테는 오히려 위앙짠의 강아지들이 더 신기해."
강아지들로 대표되는 위앙짠은 진실로 신기했었다
그리고 아저씨 말이 이 강은 남쏭강이라고 했다
어제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먹자며 두 번째로 갔던 레스토랑에는
누울 수 있는 침상과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누렁이 남자아이는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걀걀거리면서 비스듬히 누워있는 내 배 위로 올라와 앉았다
얼굴과 턱을 만져주자 자지러졌다
여자애는 그가 만져주고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다, 나쨩의 숙소에 있던 디나라는 여자개는 나만 보면 으르렁댔었다
스테이크는 역시 소고기 볶음 같았고, 그는 메오에게 성질을 부렸다
"야, 너 저리가라 이제"
"넌 왜 고양이한테 성질을 부리고 그래"
밥상 앞에서는 동물을 치우라는 그런 결론인데
별로 나쁠 건 없다
메오는 끝까지 내 다리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예뻐라.
오늘 새로 옮긴 숙소에는 강변 레스토랑이 붙어 있어서 하루종일 앉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계속 비가 오고 있는데, 해를 좀 보고 싶다
내가 몸이 안좋을 때도 그는 계속 섹스나 블로우잡을 들이대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뭐라고 해도, 그는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 외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는 이 강을 계속 메콩강이라고 부른다
그는 해피쉐이크에 밥을 먹고 나서 아저씨한테 이만이천낍 어치의 풀을 샀다
아저씨는 갓난 아이를 안고, 우리가 일어설 때 환하게 인사를 했다
난 해피쉐이크와 풀 한대에 취해버렸다
이런
취하기도 하는군, 신기한데.
어린시절의 느낌과 낯선 사람의 경험과
도형적인 이미지와 공간에 대한 시각적 모형들이 연달아 떠올랐는데, 신기한 일이다
펼쳐진 마루의 이미지 같은 게 각인되어 있었다니
약간은 촌스러운, 퀴퀴한 색과 문양에, 좀 벗어나고픈 그런 느낌인데
소위 '지영이 이미지'라는 것으로, 지영은 내 어렸을 때 이름이다
웃기는 일이다
잊고 있던 것들인데.
있지도 않은 일이거나.
사진이나 엄마의 옛날 화장대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모든 현상과 행동 하나하나에 프로토타입이 있다는,
꽤 매트릭스적인 연관성까지.
그래서 모든 게 익숙하고 새로울 게 없었나보다
부정적인 것들.
그것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런 것들이 아닌,
난데없이 튀어나온 누군가의 기억과 이미지들.
차라리 다행이다
남자들과 섹스에 대해 무덤덤하면서도
이상한 기분. 역시.
다섯째 날.
계속 비가 오더니 모처럼 해가 뜨고 하늘이 나왔다
산에 있던 구름들도 거의 완전히 올라갔다
계속 먹으면서 거의 움직이질 않으니 속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제대로 씻지도 않았고, 입던 옷은 며칠 째 빨지 않았다
이상하게 사로잡힌 기분이다
고립된 작은 마을에서 돌산과 나무와 구름과 진흙강에 둘러 싸여서.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왕위앙은 혼자 푹 쉬기엔 진실로 좋은 장소지만,
지금은 상황이 맞지 않는다
난 뭔가 어울리지 않는 그러그러한 과정들 끝에, 강변에 이렇게 무의미하게 앉아있는 것이다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초코과자에 요플레를 먹고,
그 부스러기를 열심히 나르는 개미들을 한참 쳐다보다가,
문득 손톱 발톱을 좀 깎고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 혼자서, 혼자서
나 혼자서